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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이 교실상담소한국교육신문칼럼

강박, 행동은 멈추고 생각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야

강박, 행동은 멈추고 생각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야

김민녀빚음 센터장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하지 않는 생각(강박사고)이 계속해서 떠올라 불안이 생기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강박행동) 정신질환이다.

강박사고는 침투적이고,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지속적인 사고, 충동, 심상으로 나타난다. 강박사고의 특징적인 증상은 오염과 관련된 생각, 폭력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심상, 누군가를 찌를 것 같은 충동으로, 이러한 생각은 스스로 원하지 않지만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침투하는 반응으로써 개인에게 상당한 불안과 괴로움을 준다.

강박행동은 모두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며, 완고하고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자동적인 반복 행동이나 심리 내적인 행위이다. 강박행동의 특징적인 증상은 손 씻기나 확인하기 등과 같이 실제 나타나는 반복적인 행동이나 행동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나쁜 생각이 떠오르면 이를 중화하기 위해 속으로 좋은 단어를 반복하거나 숫자를 세는 것과 같이 심리 내적인 행위로 나타난다. 강박행동은 특정 시간, 혹은 특정 수만큼 엄격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강박사고로 인해 경험하는 고통을 낮춰주며, 병이 날 것 같은 공포스러운 일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불안 야기하는 생각과 반복적 중화 행동
학업, 대인관계, 일상 등에서 불편 초래해

강박사고나 행동들은 상당히 소모적인데, 하루 1~3시간을 사용하는 수준부터 하루 종일 강박사고와 행동이 지속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그 빈도와 강도는 다양하다. 강박사고와 행동을 촉발시키는 상황에 놓이면 다양한 정서반응을 보이며, 강한 불안감을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강박사고와 행동을 유발하는 사람이나 장소, 물건을 피한다. 1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며, 틱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으로 발전해 악화와 완화를 자주 반복하며 삶의 적응을 어렵게 한다.

대부분의 강박장애 환자들은 강박사고와 행동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들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며, 하나 이상의 증상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흔한 주제로는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와 관련해 청소를 하는 강박행동, 좌우 대칭에 대한 강박사고와 관련해 정리정돈을 하고 숫자를 세는 등의 강박행동, 성적, 공격적, 종교적 사고 등 금지 혹은 금기된 강박적 생각들과 관련된 강박행동,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것 같은 공포 같은 위해와 관련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있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에는 부모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죽는 등의 사건이 일어날 것에 대한 공포 등 위해에 대한 강박사고의 비율이 높다. 강박장애 아동 청소년이 호소하는 고통은 여러 가지 형태를 보인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관련된 생각에 골몰하고 있거나 동시에 이와 관련해 안절부절하거나 초조해 한다. 어떤 아동의 경우에는 부모가 아동의 질문에 분명한 답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질문하는 행동을 수 차례,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가령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 과도하게 질문을 해 아동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고 답을 해야 하는 부모 또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어떤 청소년은 학원이나 학교 등 머물렀던 공간에서 벗어나기 전 잃어버리거나 흘린 물건은 없는지 수 차례 반복해서 뒤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행동으로 인해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시간을 소모한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 동행하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잦다. 또 다른 청소년은 시험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대칭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느라(가령 1번 문제를 3번 확인했다면, 다른 모든 문제들도 똑같이 3번을 확인해야 하는 것) 시간 내에 시험을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학업에서 성취저하를 겪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학교와 같은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참고 참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할 때는 학교 일과 중이라도 자신의 집에 다녀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증상 때문에 점차 외출을 피하고 사교활동이 줄어들기도 하며, 굼뜨고 수행저하를 나타내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다.

더 나아가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같은 타인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가령 오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자신의 집에 외부인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자녀로 인해 가족들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되는 경우도 있고, 오염에 대한 불안으로 외식을 할 수 없는 자녀로 인해 고충을 겪는 가족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파국적 생각에 대해 실제적 검증하고,
생각 바꾸는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

강박증에 검증된 효과적인 치료법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을 조절해 주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강박사고(사고)가 불안(감정)을 유발하고 결국 강박행동(행동)을 하게 된다는 기본개념에서 사고-감정-행동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이 연결을 끊는 것에 초점을 둔다.

대표적인 인지행동치료법으로, 강박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따져보는 것이다. 자신의 걱정과 염려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 나아가 강박증 환자들은 만약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거나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파국적 생각을 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데다 만약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교정하거나 수습할 수 있으며, 또 그 결과가 파국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을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가령, 자신이 오염에 노출되어 죽을 병에 걸릴 확률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유사하게 현실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며, 더 나아가 오염에 노출되더라도 죽을 병에 걸릴 확률은 자신의 생각보다 낮으며, 만약 걸리더라도 고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강박행동은 하지 않고 생각은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강박행동을 멈추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처음에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불안은 불안을 회피함으로써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강박사고가 지나가도록 두고, 강박행동은 멈춤으로써 불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해보는 것이다. 그 결과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불안은 지나가고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 불안을 견디는 것은 예상보다 더 쉽다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박사고를 흘려 보냄으로써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불안은 지나가며, 불안을 보다 쉽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강박행동하지 않고 불안 견디는 경험 중요
개선에 초점 맞추고 편안함 즐길 수 있어야

또 자신에게 드는 생각이 실제로 일어날 일이라고 믿기보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으로만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며 자신의 생각에 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나의 생각에 거리를 두면 생각일 뿐인 생각은 그냥 지나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곧 증상은 줄어든다. 사람은 모두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모든 생각에 몰두하지는 않고 많은 생각들을 그냥 흘러 보낸다. 하지만 강박장애 환자는 불안하게 만드는 특정 생각을 붙잡고, 몰두하며, 믿고, 괴로워한다. 때문에 ‘생각일 뿐인 생각’은 지나간다고 생각하며 흘려 보내려는 노력이 도움이 된다.

끝으로 증상이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강박증 환자들은 완벽주의적인 특성이 있어 완전 무결의 상태가 돼야 나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매번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불편감에 초점을 두고, 몰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불안에 시달린다. 따라서 증상이 남아있더라도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에 초점을 두고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림출처: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