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은 하고 싶은 것을 걱정없이 시도하게 하는 것
김민녀빚음 센터장
꿈은 무엇인가? 진로와 적성은 또 무엇일까? 필자는 ‘꿈, 진로, 적성=성적’이라 생각하는 안타까운 청소년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공부를 못하면 진로와 적성을 가질 수 없다고 좌절하거나, 남들에게 좋지 않게 보일 것이라는 염려로 눈치를 본다. 마지못해 선택한 직업을 꿈이라 착각하기도 하며,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고 그것이 적성이라 생각한다.
참고 또 참으며 힘들게 공부해서 소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도 들어갔지만 행복하지 않은 청년들도 자주 만난다. 이들은 뒤돌아보니 지금 순간을 위해 그렇게 참아왔다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무엇을 위해 이제껏 견뎌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지금의 삶이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지만, 겉으로는 누가 보아도 성공한 삶이기 때문에 놓을 수도, 누릴 수도 없는 것이라고 토로한다.
막연한 불안 때문에 하는 공부, 나중에 공허하고 불행해져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해야하지’와 같은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가 왜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그들의 생각으로,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청소년들의 꿈, 진로, 적성은 고민의 여지 없이 모두 대학, 더 나아가 직장이다. 때문에 일단은 공부다. 공부에 재능이 타고난 소수의 이이들을 제외하고, 공부를 잘하거나 혹은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불안’ 때문에 공부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공부를 하다보니 열심히도 하고 잘하기도 하게 된 것이다. 불안이 학업의 원동력이 되다보니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모습, 미래를 상상하며 느껴지는 짜릿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불안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대학은 잘 갈지 몰라도 인생이 공허하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을지는 몰라도 스스로는 불행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왜 이렇게 고된 삶을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지 답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 이러한 고민을 가진 20~30대 청년들은 마치 유예된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청소년기에 해야 할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와 같은 고민과 노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되고, 맹목적 학습에 밀려 부재했기 때문에 겪는 일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관심보이면 할 수 있도록 지지·응원해야
청소년기는 가장 많은 양의 공부를 가장 짧은 시간 동안 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반면, 반드시 해야할 공부를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만 되면 불안이 아닌 즐거움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다.
학습의 이유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생각만으로 하지 말고 실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은 대개 그냥 눈에 띄지 않고, 느껴지지 않으며, 잡히지 않는다. 특히 직업 삼아 하고 싶은 일은 더더욱 한순간에 소명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공부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시키지 않아도 배움에 흥미를 보이고 몰두해 성취를 얻어내듯, 공부 아닌 다른 분야에 적성을 보일 아이들도 반복적인 노출과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부모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환영하며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떤 것에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면 작은 것부터 성취해보도록 지지하고, 관심있는 것을 아무런 책임과 부담없이 해볼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지만 잘못해낼까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이때 부모와의 끊임없는 대화는 청소년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활동에 몰입하게 하며, 즐겁게 실제적인 성취를 이루도록 촉진할 수 있다. 이렇게 관심을 실행하는 데 뒤따르는 책임감과 불안을 잠재우고, 활동에 몰입하게 된다면 훈련이 거듭될수록 당연히 실력은 향상되고 꿈을 이루는 데 더 확고히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실행하면서 살고 싶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위해 첫째, 관심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고, 실제로 경험해 보면서 과연 하고 싶은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발견해보자. 아무리 어렵다는 일도, 도저히 비전이 없다는 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상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어떤 분야에든 소위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존재한다. 물론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라며 따지다보면 할 일이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가장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둘째,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달라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우선 지금 당장 시도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못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시작했더니 막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것이든, 잘 할 수 있는 것이든 도전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시도하면서 하나씩 걸러내는 것도 진로와 적성을 찾는 데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셋째,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시작이 두려운 청소년들은 성공에 대한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먼저다. 현실적으로 장시간의 숙련이 필요한 대부분의 일들은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반면, 결과물은 금방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실패하는 지름길이다. 이것은 더 큰 무력감을 가져온다. 실패해보지 않고 실패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부담 벗고 용기있게 도전, 진로와 적성에 다가가게 해
넷째,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용기내 선택하고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미래의 어느 순간 이 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후회할 것이 두려워 주저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좋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행한 일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나의 필요, 취향, 성격, 생각, 가치, 재능, 경험 등 많은 것들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그 언저리의 그 무엇이라도 되어 있을 것이다. 꿈, 진로, 적성, 더 협소하게는 직업, 대학 전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선택들이 만들어낸 나를 반영한다.
다섯째, 자신의 선택을 믿고, 더 잘하기 위한 효과적인 노력을 위해 계획을 세부적으로 세우자.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시기를 지나치게 짧게 잡거나 눈앞의 좌절을 견디지 못해 뒷심이 없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마치 내 일처럼 속상하다. 궁극적인 성공은 청소년기 과업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구체적인 단계별 계획은 궁극적 성공을 맞볼 때까지 견디는 힘을 준다. 단계별, 구체적인 계획을 달성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그 시기 또한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성공과 효능감을 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고, 궁극적인 성공을 맛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게 만든다.
청소년들이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작은 것부터 선택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획하며, 꿈을 이루기까지 본질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가는 훈련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 혹은 한 번의 과정으로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인생 마지막까지 꿈을 꾸며, 계속해서 도전하고, 결국 이루게 되는 의미있는 존재로 자랄 우리의 청소년들을 기대한다. 먼 여정, 근성으로 그 길을 갈 수 있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맞춤식 발판을 놓아주어야 한다. 전형적인, 안전한 길을 가지 않는다는 불필요한 염려는 내려놓고, 잘하고 있다고 찐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