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과 ‘풀리는 대화’하는 4가지 방법
김민녀빚음 센터장
부모나 교사들은 요즘 청소년과 대화하기가 참 어렵다고들 한다. 뿌루퉁한 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를 보면 말을 걸기도, 말을 이어가기도, 의도한 대로 대화를 잘 끝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다 어렵게 대화를 시작하기라도 하면 그 끝엔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고도 한다. 찜찜함 정도면 약과다. 대화 중 한쪽이 화가 나거나, 싸움으로 번지기라도 하면 양쪽 모두 두 번 다시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결국 어떤 경우이든 속 시원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대화의 어려움은 비단 청소년과 어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할 때, 경청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듣기와 말하기가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중적으로 많이 들어왔고, 또 연습도 했지만 청소년들과의 대화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특별히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기억해두고 노력해보면 좋을 것들이 있다. 그것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바로 우리 어른들의 마음가짐, 곧 태도에 관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잠시 동안, 나를 조금 비우는 과정이라 보아도 좋겠다. 그 마음을 비우고 풀리는 대화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청소년과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
▲첫째, 말의 목적이나 의도를 버릴 것 ▲둘째, 설득하거나 조언하지 말 것 ▲셋째, 청소년의 말을 따라가며 반응할 것 ▲마지막으로, 첫술에 배 부르려고 하지 말 것 등이다. 언뜻 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것들은 어떤 새로운 대화의 기술이라기보다 어떤 기술이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해당한다.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들과 무엇 때문에 대화를 하려고 하는지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청소년에게 말하려는 목적과 의도가 있다. 어른들은 친구들과는 어떤 목적과 의도, 그리고 어떤 평가도 없이 가벼운 이야기든 무거운 이야기든 편안하게 한다. 반면 청소년에게 대화를 시도할 때는 어떤 행동을 그만하기를 바라거나 반대로 어떤 행동을 하기를 바랄 때가 있다. 또 잘못된 생각을 바꾸거나 더 나은 생각을 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또 사실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취조아닌 취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청소년이 다 잘되라는 좋은 뜻과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항상 목적이 앞설 때, 목적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대화는 막힘이 생긴다. 막힌 것을 조심스럽게 뚫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옆구리가 터져버리는 관처럼, 목적과 의도를 버리지 않으면 매끄러운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을 잠시 뒤로 하고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 목적을 향해 직진하지 못하고 돌고 돌더라도 결국에는 목적에 다다를 수 있는 결실을 맺는 것이 청소년과의 대화에 매우 중요하다.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 버리고 기다리고 따라가는 대화 필요
목적이 빤히 보이는 대화는 서로를 피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관계가 단절되면 대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목적과 의도가 분명한 대화는 말속에 설득이나 조언이 반드시 따른다. 그것도 너무 급하게 그 정체를 드러낸다. 청소년은 어른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생각이 이미 또래 집단에서 확인받은 것이라면 더욱 기세가 등등하다. 이렇게 칼과 방패로 무장하고 있는 아이를 상대로 섣부르게 설득하고 조언하려 하니, 아이는 어른의 어떤 말에도 아주 큰 방패를 들고 맞서며 반기를 드는 것이다.
설득과 조언하려는 마음을 누르고 잠시 여유를 갖기를 바란다. 도대체 청소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말을 자르지도 말며, 불끈하지도 말고 끝까지 들어보자. 끝까지 잘 듣고 질문만 해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꼭 직접적으로 조언해야만, 또 설득된 것을 내 눈으로 보아야만 내 조언을 듣고 설득된 것은 아니다. 몰아세우면 긴장하고 날을 세우지만, 여유있게 들어주면 날 선 마음이 누그러지고 그제서야 무언가 들을 준비가 된다.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자. 설득하고 조언하려는 급한 마음만 내려놓으면 가능하다.
청소년의 말을 뒤쫓아가며 반응하면 대화가 쉴 틈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어른와 청소년이 목적과 의도를 빼고, 설득과 조언을 누르면서 대화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것들을 빼고 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적막이 흐르고 어색하다고 한다. 함께 하는 게임이라도 있으면 그 이야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공통된 관심사도 없고, 함께 하는 것도 없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그럼 또 함께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야하나. 그 생각을 하면 또 부담스럽고 무겁다. 어른들의 일은 끝이 없는 것 같고, 너무 많게 느껴져서 피하고만 싶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주 단순하게 청소년의 말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공통된 관심사와 활동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청소년이 하는 것에 궁금증을 갖고 모르는 건 묻고 들은 것에 반응하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이 곧 대화이다.
친구, 학교, 공부, 취미, 외모, 이성, 놀이 등등 그 무엇이든 궁금해하고 묻고 듣고 반응하면 끝이다. 그 시간이 결코 의미없지 않다. 언젠가는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준비될 수 있도록 관계를 점점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경계를 허물고,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관계를 재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작업인 것이다.
대화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마지막으로, 청소년과 대화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것은 첫술에 배부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어른들은 청소년과 어렵게 시작한 대화이다 보니 대화의 끝도 기대하는 대로 끝나기를 바란다. 당연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목적을 갖고 시작한 대화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 의미없는 것이 되고만다.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더 집요하게 반복해서 자기주장을 하게 되고, 마음을 몰라주고 내 말을 좋게 들어주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상처받고 실망한다.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과정이라 함은 특정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이뤄지는 시간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시간을 갖고, 두고두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오늘 한술 뜨고, 다음에 또 뜨고, 그렇게 차츰 배불리면 된다. 우리가 대화하는 그 아이는 언제 배가 찰지 모른다. 오늘 포기하지 않고 내일 한술 더 떴을 때, 드디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과연 오늘 한 번의 대화에서 내 생각과 주장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맛있는 밥을 주면 다음에도 내가 해주는 밥을 반드시 찾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급한 일이든, 중요한 일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끝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화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어른에게 말하는 청소년, 어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청소년으로 만드는 것에는 대단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청소년의 마음에 우리 어른들의 마음이 닿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마음이 청소년에게 가서 닿기를 바란다면, 청소년의 마음을 알아주면 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왜곡없이 순수하게 가 닿으려면, 우리의 욕구는 아주 잠시 덜어내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꽁꽁 메인 청소년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속 시원하게 풀리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 중의 비결이다.